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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정의 시작과 끝 바르셀로나포르투갈 길 2024. 10. 15. 11:04
여행을 준비하면서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것이 In/Out 구간을 어디로 해야 할지 정하는 것이다.
In/Out 구간 설정에 따라 출발하는 시간 및 중간 지점에서 지역 간 이동을 위한 다음 비행기 스케줄 및 숙소등 예약을 할 수가 있다. 순례길은 교통이 편한 곳도 있지만 대 부분은 교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순레길을 시작하는 지점까지 가려면 여러 교통을 잘 조합해서 이동을 해야 한다. 이 부분이 순례길을 처음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겪는 어려움 중에 하나이다.
이번 여정도 일정이 넉넉지 않고 최대한 시간을 단축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항공편도 지난 순례길이 끝나고 정산이 다 끝나지도 않았지만 항공편을 검색해서 예약부터 했다. 그 결과 다행히 프랑스 직항으로 운행하는 국적기를 예약할 수 있었다.
출발 전 체크인 기간 동안 뭔가 잘못되었는지 한국에서 출발할 때 좌석배정이 잘 못되어 당일 공항 프런트 직원과 약간의 언쟁이 었었지만 항상 마지막은 훈훈함으로 잘 마무리한다. 그러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 내가 옳다고 생각이 들 때는 큰소리 내면서 항의하기보다는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좋은 방향대로 흘러간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도 시작부터 또 하나를 배우고 가는 여정인 것 같다.
포르투갈 길의 시작인 포르투는 포르투갈 북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포르투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이 도시는 도루강 하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강병에 위치해 있어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포르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시로, 포르투갈 건국의 기원이 된 곳이자 대항해 시대에는 해양 무역의 중심지였다. 이곳의 역사지구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특히 포르투 와인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포르투에 가기 위해서는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을 통해서 가는 방법과 바르셀로나를 통해서 가는 방법 등이 있다. 출발할 당시에는 바르셀로나 직항이 없어서 프랑스를 통해서 바르셀로나로 이동을 했다. 다행히 프랑스에 도착해서 바르셀로나로 연결되는 항공편이 있어서 바르셀로나까지는 편안하게 올 수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시간이 자정이 다되어 포르투에는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는데 비행기가 새벽 일찍 출발을 하기 때문에 하루 숙박을 하고 포르투 가는 비행기를 타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노숙은 처음이라 걱정도 조금은 있었지만 SNS 여기저기 검색했을 때 포르투 가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노숙을 했다는 분들의 경험담들이 많아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날씨도 여름이기 때문에 다행이고 공항 안이라 치안등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은 잠깐하고 즐거운 순례길을 생각했다.
사실 포르투가는 비행기를 오후 타게 되면 편안하게 첫날의 긴 비행 여정을 좀 풀 수도 있고 좋지만 일정이 넉넉지 않는 나에게는 이런 시간조차도 호사라고 느껴질 만큼 매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분주한 일상가운데 탈출하기 위해서 다시 찾아온 순례길이지만 막상 순례길을 오르는 순간 더욱더 타이트한 시간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만큼 오래 기다리고 갈망했던 이곳에서의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막상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을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공항 여기저기 나름 좋은 자리를 찾아서 노숙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본능적으로 잠깐이지만 새우잠이라도 잘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서 자리를 잡았다.
끝쪽 화장실 근처였는데 화장실 가기도 편하고 냄새도 나지 않고 나름 불빛보다는 약간 어두움 부분도 있어서 침낭을 펴고 지친 나그네의 하룻밤을 의탁해서 자기에는 딱 좋은 위치였다. 가지고 온 침낭을 맨바닥에 펴고 잠깐이지만 잠을 청해보려고 했지만 금세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딱딱함에 쉽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잔잔한 기계음들과 가끔 들려오는 공항 안내방송에 잠이 들려고 하면 정신 차리고 깨어 있으라고 깨우는 것처럼 들려서 뜬눈으로 6시간을 지새운 것 같다.
찬기가 올라오는 화장실 옆 바닦에서 처음으로 노숙을 했지만 나름 좋았던 것은 이런 곳에서 하루를 지낼 수 있어 감사했고 다시 해보지 못할 추억을 또 하나 만들 수 있어서 나름 행복하고 즐거웠던 바르셀로나 공항에서의 노숙인 것 같다.
그리고 다행히 순례길을 끝내고 한국으로 귀국할 때 바르셀로나를 통해서 출국을 하는데 그때는 저녁출발 비행스케줄이어서 노숙을 할 필요 없을 것 같다.
건희와 함께 걸었던 첫 포르투갈 길의 시작과 끝은 마드리드 였다. 마드리드에서 첫 날밤은 순례자님께서 직접 공항에 픽업까지 마중 나와 주시고 마드리드 순례자 숙소에서 편안하고 달콤한 밤을 보내었던 기억이 난다.
반면에 이번 포르투갈 길의 시작과 끝은 바르셀로나이다.
비와 바람은 막아주는 나름 안전한 공항이지만 바닦에서는 냉기가 올라오고 가끔 기계음과 안내방송으로 잠을 잔다기보다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냥 쓰러져서 뜬눈으로 포르투갈로 이동할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포르투갈 길은 예나 지금이나 세월의 흔적만 고스란히 남겨진채 그대로 있을 것이다. 이 처럼 첫 시작부터 다르기 때문에 끝 또한 그동안의 경험으로 다를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길을 걸으며 얻는 즐거움과 감동은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 받아드리고 즐기는 것은 전적으로 순례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들을 간직한 채 차가운 냉기지만 내일의 순례길을 위해서 잠시지만 잠을 청해 본다.
@jacob_cam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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